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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스펙-외국어.. 너무 높은 '취업 장벽'

커리어앤스카우트 2012-11-21

“요즘 청년들 패기 없다지만… 사회가 우리 패기 꺾고 있어”

《 취업준비생들에겐 극복해야 할 벽이 너무 많다. ‘학벌의 벽’ ‘스펙의 벽’ ‘외국어의 벽’ 등 사회 진출을 소망하는 청년들에겐 철옹성처럼 느껴지는 취업의 장벽들이다. 새벽부터 도서관에 나와 토익 책과 씨름하고, 오후에는 각종 봉사활동과 대외활동으로 몸이 파김치가 되지만 사회는 “도전정신이 약하다” “눈높이를 낮춰라”고 타박만 한다. 현실은 암울한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

동아일보의 ‘2040 열린 포럼’은 네 번째 주제로 ‘취업준비생이 느끼는 취업의 벽’을 정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전남대 출신으로 ‘미래에셋 신화’를 일군 주역 중 한 명인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51)이 멘토로 참석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취업준비생 22명과 두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 ‘대학과 대기업만 바라봤는데…’

“창업이나 중소기업 취업 같은 도전을 하려면 버려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지금까지 취업 준비하면서 쏟아 부은 것만큼 뽑아 먹어야겠다는 본전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대기업밖에 답이 없습니다.”

고려대를 졸업한 홍정환 씨(29)는 “청년들이 대기업 같은 ‘좋은 일자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걸 포기하고 창업 등으로 눈을 돌리는) 용기를 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익대 출신의 류수환 씨(28)도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가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들인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연봉과 복지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사회에도 불만이 많았다. 부산대를 다니는 박연준 씨(27)는 “우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교육만 받아 왔다”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유망 벤처기업에 도전할 수도 있고 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겠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영남대 재학 중인 김태양 씨(26)는 “우리도 어른들 못지않게 열심히 살고 있다. 오전 5시에 도서관에 나오고 봉사활동 등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사회는 우리에게 ‘패기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오히려 사회가 우리의 패기를 꺾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회와 취업준비생 간 인식의 괴리를 느낀 최 부회장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3년간 고시 공부를 했는데 잘 안됐어요. 취업을 준비하면서 증권회사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려 했지만 지방대(전남대) 졸업생에게는 원서도 주지 않더군요.” 당시 그는 응시한 증권사 측에 편지를 써서 ‘면접 기회라도 줘야 할 것 아니냐’고 당당히 요구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후 회사를 나와 (박현주 회장과 함께) 9명이 미래에셋을 창업했다”며 “어느 시대나 청년은 도전하는 열정이 있기 때문에 청년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최 부회장은 또 “세계적으로 고령화, 저성장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의 선배들이 살았던 것을 답습하지 말고 중소기업이나 창업 같은 ‘이머징 마켓’으로 눈을 돌려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태양 씨는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이 5000억 원을 출연해 청년창업지원금을 마련한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게 기성세대와 정부가 보호막을 마련해 준다면 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전히 높은 ‘스펙의 벽’

학벌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강원대를 졸업한 홍선주 씨(24·여)는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명문대를 포기하고 다른 대학에 간 친구가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있다”며 “불합격 이유를 인사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명문대 정원이 따로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충북대를 나온 이예솔 씨(24·여)도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데도 사회는 학벌만 따진다”고 주장했다.

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양’에만 치우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남대를 졸업한 김수현 씨(23·여)는 “취업 과정에서는 모든 요소가 점수화된다”며 “기업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핵심역량을 키워야 하는데도 취업만을 위해 점수만 따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서울여대 졸업생인 염은영 씨(26·여)도 “질보다는 양(스펙 등)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취업 과정에서 도전정신 같은 열정은 그냥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열린 채용’도 실상은 ‘닫힌 채용’일 때가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열린 채용은 학력이나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전형 방식을 뜻하는데도, 이들은 “막상 합격자를 보면 명문대 출신과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자주 보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최 부회장은 “명문대 출신만 필요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기대수익률과 눈높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다독였다.

○ ‘문제는 죽은 교육시스템’

포럼 막바지에 이르자 논의가 자연스레 대안으로 모아졌다. 특히 정부와 대학의 ‘교육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졌다. 부산대 재학 중인 김다희 씨(24·여)가 먼저 대학 교육에 대해 입을 열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런 가치관 교육을 하지 않아요. 가치관 없이 취업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김수현 씨도 “지방대에서는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실무형 교육이 부족하다”며 “학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비용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털어놨다.

포럼 참석자들은 대부분 공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 부회장도 “100%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신입사원을 뽑으면 인성부터 다시 교육해야 할 때가 많다”며 “‘가치관 교육’이나 ‘인성 교육’은 대학 입학 전에 끝내고 대학 때는 전문 분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도록 대학 입시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뀐다면 취업준비생과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멘토 최현만 미래에셋 부회장 “벤처정신으로 보면 일자리는 널려 있다” ▼

“앞으로는 ‘유목민의 시대’입니다. 움직이면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벤처정신으로 보면 일자리는 널려 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와 사회를 맡은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대기업만 선호하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으로 보자면 들어갈 만한 회사가 없거나 적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며 “어른들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공으로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안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고 했다. 그는 “너무 멀게만 보이는 꿈을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와 미래에셋도 그렇게 성장했다”며 “벤처정신으로 중소기업에 가서 내일의 ‘구글’, 내일의 ‘골드만삭스’를 만든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중소기업에서도 배울 게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탄탄한 중소기업에 가보면 창업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그들에게서 창업의 열정을 배우고 ‘구조적 고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대기업 경험 못지않은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이 수익이 나는 곳을 찾아 전 세계를 찾아다니듯 일자리가 많이 나오는 분야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전과 개척정신 함양을 위해 최 부회장이 내놓은 대안은 의외로 ‘글쓰기’였다. 그는 “무엇보다 여러분이 처한 현실과 환경을 직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글쓰기를 잘하려면 내가 먼저 많이 읽고 대화를 해야 한다. 결국 깊이 있는 글쓰기만큼 현실 인식에 중요한 수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입사원들에게도 늘 글쓰기를 장려한다”며 “실제 면접 현장에서 글만 봐도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정확하게 꿰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