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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30대에 은행임원이 됐나

커리어앤스카우트 2009-03-16

그는 어떻게 30대에 은행임원이 됐나

조봉한 하나아이앤에스 대표(하나금융 CIO)]

흔히 '30대 임원'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과는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수적인 분위기가 특히 강한 은행권에서라면 더 그렇다.

하나금융지주의 최고정보책임자(CIO, 부사장)로 하나금융그룹 내 시스템통합(SI)회사인 하나아이앤에스를 책임지고 있는 조봉한(43) 대표. 그는 만 39세에 하나은행 임원(부행장보)을 달았는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학위가 승진의 보증수표일 순 없을 터. 그를 만나며 염불(인터뷰)보다 잿밥(CEO가 되는 비결)에 더 관심이 갔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 더 넓은 곳

조 대표는 시골(전북 김제)에서 자랐다. "그곳에서도 초등학교 분교를 다닐 정도였어요. 중학교는 군 소재지에서 다녔는데 당시엔 그곳이 대도시인줄 알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시 전주로 나와 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더 넓은 세계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과외를 하며 종자돈을 모아 일단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그곳에 일단 가서 해결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남캘리포니아(USC) 대학에서 첫 학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기업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으며 생활했지요."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과정에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안전성향 이셨던 반면, 어머니는 제가 늘 미지에 대한 동경심을 품도록 해 주셨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었는데 한번은 담배를 피우다 걸렸어요. 그래도 어머니는 '한번쯤 해봐도 된다'며 야단을 치지 않으셨습니다."

보통 박사 학위를 마치면 교수가 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도 처음엔 그러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교수직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박사과정 동료들 가운데 큰 기업에서 보내줘 공부하는 이들을 보며, 산업분야에서 일하는 게더 활동적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필립스와 오라클같은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던 중, 한인과학자협회에서 연락을 받고 국민은행과 연결이 됐다. "원래는 오라클에서 계약기간이 끝난 후, 제 전공과 적합한 통신회사로 옮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이라는 분야도 컴퓨터 과학기술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기회라도도 여겨져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지요."

# 인복

3년 계약으로 국민은행에서 일하다가, 마침 계약만료 시점에 하나은행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전 결정적 순간에 운이 참 좋았을 뿐 아니라 '사람 운' 즉, 인복도 참 좋았습니다. 적절하게 조언해주는 멘토를 잘 만났지요. 위기나 기회가 왔을 때 항상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뭔지도 모르던 고교 시절엔 선배 한 분이 앞으로는 컴퓨터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고, 석ㆍ박사과정에서도 독일인과 유태인 교수님 2분의 도움으로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특히 유태인 교수에게 강한 윤리의식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분은 전화나 종이 같은 것도 개인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칼 같이 구분할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제가 감사의 표시로 조그만 음악CD를 선물했는데, '마음은 고맙다'면서도 정중히 거절하시더군요. 제자에게 이런 걸 받을 수 없다면서 말입니다."

아무리 운이 좋았다고는 해도, 보수적인 은행에서 IT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맞습니다. IT와 은행은 서로 특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 있습니다. IT는 혁신을 기본으로 하는 반면,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핵심으로 두고 있지요. 문화적 차이인 셈입니다. 제가 달았던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기존 조직질서를 깨는 것입니다. IT와 은행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화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일하면 제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게 된다고 봅니다."

# IT서비스 기업

조 대표는 하나아이앤에스가 기존 'SI기업'의 형태로 분류되는 것이 싫다고 했다. "금융을 혁신시키려면 IT기술이 금융을 리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보조하는 기능적인 역할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돈이 되는 정보와 정교한 분석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그는 이런 생각을 건축에 비유했다. "단순한 시공보다는 건축 디자인에 보다 높은 부가가치가 있습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지식을 본업으로 삼아 앞으로 3년 안에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사업 분야보다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회사를 한국 최고의 금융IT서비스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